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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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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 인사이트가 상당.. 재무, 현금 흐름 공부...

 

- 성심당편

빵집 아니 대전 성심당을 들러보고 그 규모에 감탄하여 이런저런 기사를 찾아봤다. 18년 매출이 500억을 넘었다고하여, 찾아보니 감사보고서가 있다. 

감사보고서를 낼 정도로 매출 규모가 나온다는데 한번 더 놀랐다.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타인의 사업을 함부로 이야기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 결심했는데, 성심당은 분야가 다르니 재미삼아 보여지는 숫자만으로 간단히 얘기해볼까 한다. 

성심당의 매출 규모가 몇백억 단위가 된 것은 상당히 이전으로 보이나 외감법 상 2014년 자산총계가 180억이 넘어 감사보고 의무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2014년이 14기인 것으로 보아 성심당이 법인 전환한 것은 2001년으로 추정된다. 

재무상태표는 너무도 깔끔하다. 외부차입 없이 '내 돈으로 내가 사업한다' 그 자체다. 14년부터 17년까지 부채는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부채 항목도 외상매입, 예수금, 미지급세금, 미지급비용, 퇴직급여충당 수준으로 사실 상 외부 차입이 없었으며, 17년부터 장기 차입금이 소액? (27억) 생겨난 정도다.

매출은 14년 386억, 15년 407억, 16년 406억, 17년 423억, 18년 532억으로 꾸준한 증가세에 있다. 15~17년 잠시 주춤했으나 작년 대폭 증가가 눈에 띈다. 외형적인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사를 찾아보니 17년 8월말 대전컨벤션센터에 점포를 확장했다. 18년 10월, 11월 연달은 점포 확장이 확인된다. 

성심당은 대전의 향토 기업으로 대전 이외 지역으로 점포 확장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럼에도 보유 자산 대비 최근에서야 보이는 점포 확장은 보수적인 행보가 아니었나 판단될 정도로 매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2018년 기준, 재무상태표 상 자산은 365억 가량이다. 이중 거의 대부분인 325억이 단기 금융 상품이다. 은행 통장에서 잠자고 있는 상태라는 것. 17년 단기 금융 상품액은 253억으로 전년 대비 70억 가량이 증가했다. (오죽하면 요즘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 단기금융상품으로 이자수익만 6억이 넘..)

17년 순이익은 74억으로 순이익분이 그대로 증가한 셈이다. 

사업을 무조건 키우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규모의 조절은 사업주의 시장 판단에 의한 것이니 하나 보수적인 점포 확장이 자산을 유휴하게 만드는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이를 인지했는지, 17년 중반 이후 지속적인 점포 확장과 제과제빵 이외의 사업 범위까지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케익 위주의 부띠끄, 샐러드, 피자, 스테이크, 와인을 주된 메뉴로 하는 플라잉팬, 떡과 전병, 만주등을 파는 옛맛솜씨, 돈까스, 오므라이스 등의 메뉴를 가진 테라스키친, 파스타, 피자, 샐러드를 파는 삐아또(플라잉팬에 비해 소프트한 느낌이다), 우동, 김밥, 롤 등을 파는 우동야, 케이터링(출장뷔페) 서비스를 하는 오븐스토리까지.. 

대전 외 확장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게 맞는가 싶을 정도로 제과제빵 외 요식업 분야로의 전방위적 확장이 눈부시다. 이 정도 문어발 확장이면 제빵 거품기로 백종원 파마를 시켜줄 정도가 아닌가 싶.. 읍읍

본인은 아직 성심당 본점 외 다른 매장에 들러본 적이 없으나 구글 등의 평점을 보면 평점이 모두 3점후반에서 4점 초반으로 해당 점포들이 허투르게 장사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영업이익은 14년 119억, 15년 102억, 16년 96억, 17년 76억, 18년 96억으로 매출액 성장 대비 이익의 성장은 오히려 둔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이는 나쁘게 볼 부분은 아닌 것이 장사에서 사업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비용의 증가로 판단된다. 

매장의 확대에 따른 설비 증가로 15년 18억 수준이었던 감가상각액이 18년 50억 가량으로 늘었고, 대부분의 직원을 정규로 채용하면서 급여 및 퇴직금, 복리후생비가 증가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자산 대비 과도한 차입으로 표피 확장했다가 어려움을 겪는 프랜차이즈 기업 대비 성심당은 너무도 성실히 보수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구나 싶은 인상을 깊이 주었다. (문어발 확장 아닙니...)

마지막으로 기부금이 매년 4~5억씩 발생하는데 매출에 1% 가량으로 연동해둔 것이 아닌가 싶다. 매일 팔고 남는 빵은 불우이웃에게 나눔한다는데 지역, 이웃과 상생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는 역시 하루 아침에 생기는 것은 아니구나 싶다.

간만에 야매 리뷰 끗.

 

 

 

무신사편

 

- 그랩(무신사) 감사보고서 

스타트업 감사보고서 야매 리뷰 7번째, 요즘 핫한 패션 커머스 무신사다. 

7번째로 무얼할지 쏘카, 미미박스, 빅히트엔터, 스마트스터디 등을 놓고 고민을 했다. 쏘카, 미미는 숫자도 안좋은데다 개선 여지도 많지 않아 제외했다. 

빅히트는 숫자는 매우 인상적이지만 경영보다 사실 상 BTS의 힘이기 때문에 이야기할게 별로 없다. (신선한 점은 사촌끼리 조인해서 투자유치하고 IP 따서 'BTS 월드' 게임 출시하는 정도. 몸집도 큰 넷마블 방준혁 의장의 유연성은 정말 끝내준다. 넷마블 시총 절반은 방준혁 파워로 인정!) 

스마트스터디도 기대감에 비하면 좀 더 익어야할 것 같고.. 

에이~ 스타트업 감사보고서 시리즈도 이제 슬슬 끝내야겠구나. 셀럽 놀이도 이제 다 끝났어! 하고 한탄하다 한 회사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무신사. 스웩있게 한번 더 무.신.싸! 

사실 첨 들을 땐 70~80년대부터 의류 수출업을 하던 회사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힙한 최신 스타일을 선도하는 회사다.

무신사는 큐레이션이 강한 편집 패션 커머스다. 무신사의 원래 이름(프리챌카페 - 무진장 신발 사진 많은 곳)에 맞게 신발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패션에서 신발의 중요성은 적지 않다. 특히 지난 10여년 간 점차 스포츠 웨어가 패션의 중심으로 성장하며, 해가 다르게 규모가 커지고 있다. 구두는 보수적인 신발이라 기본 스타일에서 잘 변화하지 않지만, 스포츠 신발은 유행 텀도 짧고 스타일도 다양하다. 

스포츠 웨어에서 신발의 비중은 과반을 넘는다.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대부분 비슷하다. 소비자 경험 측면에서도 보면 대개 신발을 사러 가서 다른 것도 산다. 

거의 마지막까지 정장을 고수하던 현대차그룹까지 최근 완전한 의상 자율화를 시행했으니, 의복에서 형식성은 모두 사라지고 편의성과 개성추구만 살아 남았다. 

무신사는 시대 변화의 흐름을 잘 탄 셈이다. 그런 트랜드 변화 흐름은 오래 전부터 패션 업계의 정론이었다. 패션업이 정체 되던 지난 몇년 간도 뉴발란스, 휠라, 데상트 등 스포츠 브랜드는 계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론이 길었다. 무엇보다 무신사를 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신사는 창업 후 한번도 투자 유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스타트업과 VC는 악어와 악어새(누가 악어새?)같은 관계다. 스타트업에서 투자는 생존보다 성장 속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실제론 운전자금이라도 말은 성장을 위한 투자라고.. 읍읍)

하지만 실제론 투자금이 없으면 성장은 둘째치고 생존도 불확실한 회사가 규모 무관하게 거의 대부분이다. 그 과정에서 좋은 경영과 시장 기회가 찾아와 살아남아 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독자 생존이 어려운 비즈니스 모델은 투자금이 얼마가 들어가도 쉽지 않다. 

무신사도 그 과정에서 투자 제안과 충동이 적지 않았을텐데,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회사로 보여 큰 매력이 느껴졌다. 

점점 투머치토커가 되어가는데, 감사보고서로 가자. 

15년 거래액 1,070억 가량으로 시작해, 16년 2,000억, 17년 3,000억을 거쳐 18년 4,500억을 달성했다. 지난 4년간 60%대 성장율을 보인다. 사실 이정도 거래액은 일반 공산품을 거래하는 커머스에서는 큰 의미를 못갖는다. 커머스 중 말석에 있는 위메프, 티몬도 거래액으로는 3~5조 씩은 하고 있을테니.. (이리 보면 쿠팡은 참..)

경쟁의 심화로 자체 상품 거래를 하는 곳이 아니고선 돈이 안되는게 태반이다. 그런데 무신사는 15년(사실 그 전부터)부터 꾸준히 돈을 벌어왔다. 

15년 329억 매출에 96억 영업익, 16년 472억, 217억, 17년 677억, 234억, 18년 1,081억, 269억. 탁월한 숫자다. 부수 사업을 늘이면서, 비용을 쓰는 곳이 대폭 늘어났음에도 높은 성장과 수익성을 보인다.

중개형 커머스는 구조적으론 좋은 비즈니스다. 플랫폼을 잡고 소비자의 창구가 되면 판매 수수료를 수취할 수 있다. 만약 옥션-지마켓의 이베이코리아가 독점을 이어갔다면 이처럼 탁월한 수익성을 보였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옥션은 시장을 거의 독점 하던 2004년 최전성기, 매출 1,080억에 387억의 영업익을 보였다 - 지마켓은 성장하던 중)

하지만 문제는 비즈니스 구조가 너무 좋기에 경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독점이나 과점할 수 있다면'이란 가정은 매력적이라 부나방처럼 도전자가 모여들 수 밖에 없다. 특징 없는 공산품이라면 부가가치는 계속 판매자의 원가에 수렴해갈 뿐이다.

하지만 패션은 상황이 다르다. 부가가치 창출이 보편 상품과 다르다. 어떻게 포장하고 어떻게 유통, 제안하느냐에 따라 고객이 인식하는 가치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중소규모 브랜드는 독점 유통도 가능하다. 대형 업체, 디자이너와 콜라보도 할 수 있다. 

아무리 MD가 큐레이션을 해도 뒷돌 빼서 앞돌 메우는 결과만 가져오는 일반 커머스와 달리, 큐레이션에 따라 매출의 규모와 질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 

무신사는 바로 그 덕분에 성장했고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며, 이익의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물론 임직원들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덕분이겠지.만, 일반 커머스 회사들이라고 유유자적한 것은 아니기에 어떤 환경에 속했느냐가 훨씬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다시 감사보고서로 돌아가서.. 

무신사의 매출은 크게 수수료 매출(입점 브랜드 상품 판매 대행), 상품 매출(자체 생산, 매입 상품 판매) 두 개다. 15년 상품매출 106억, 수수료매출 210억이었던 것이 18년 상품 463억, 수수료 593억으로 많이 좁혀졌다. 

편집 패션 커머스로서 수익성은 높게 가져갈 수 있지만, 규모 성장에는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수수료 매출은 4년 간 평균 42% 성장에 그쳤다. 그에 비해 상품매출은 84%로 두배의 성장률을 보여준다.

이는 판관비에서 내용이 드러난다.  15년 164억, 16년 146억, 17년 227억, 18년 454억. 15년도 판관비 중 판촉비가 81억으로 절반 가량이었다 16년 대폭 감소했다. 상품 개발력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가 있었던 것을 숫자로도 개략적으로 확인 가능하다. 

세부 숫자를 보자, 흑자 회사 답게 계정별 비용 지출이 안정적이다. 앞서 리뷰한 스타트업은 배민을 제외하고는 모두 특정 부분의 지출이 과잉하게 나타났다. 

인건비, 지급수수료, 광고선전비, 배송, 포장비 등이다. 계정만 다를 뿐 결국 후발 주자로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무리한 비용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선 동일하다. 

숫자가 안정적이고 이익을 그것도 큰 규모로 낸다는건, 무리한 경쟁을 하지 않고 비즈니스 섹터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이해해도 된다. 

그 중 급여가 비교적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의류는 생각보다 인건비 베이스 성격이 강하다. 연구 개발, 유통, 판매 등에서 사람들이 많이 필요하다. 15년 인건비 20.6억(12.4%), 16년 31.7억(21.7%), 17년 49억(21.6%), 18년 81.7억(18%)

인건비가 4년 간 4배 가량 폭증 했음에도 매출과 이익을 고려할 때, 판관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은 잘 관리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외 감가 상각비와 임차료가 눈에 들어온다. 17년 3억 규모로 잘 도드라지지 않았던 감가상각비가 12.4억, 9억선이었던 임차료가 40억 가량으로 폭증했다. 

인력 규모가 증가한다고 해도 이건 좀 과한 것 아닌가? 재무상태표를 보면 17년 9억이었던 유형자산이 18년 77억으로 늘었다. 작년 무형자산을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 

찾아보니 무신사는 작년 8월, 별개의 사업을 하나 더 확충했다. 바로 공유 오피스. 매출에 꽂힌 4.4억의 임대료 수입이 이거였군. 헹..

에이..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같은 대형사 뿐 아니라 공실에 못이겨 대부분 사무실을 잘개 쪼개는 추세라 여기 마저도 과포화 되려고 하는데 무신사까지? (절레 절레) 싶은데 이들은 좀 더 전략적이다. 

일반 오피스와 달리 패션 비즈니스에 특화한 공간을 제공한다. 애초에 위치도 동대문 현대아울렛 건물. 패션의 본산 동대문이다보니 주변에 각종 도매, 원단 등 자재, 부자재 업체를 끼고 있다. 

거기에 내부엔 촬영 스튜디오, 패턴, 재봉, 프린팅, 창고, 패킹(배송), 메이크업, 쇼룸 등을 제공하고 있다. 쇼핑몰, 패션 창업가들에게 무척이나 매력적인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뇌피셜이지만, 무신사는 이 공간으로 돈을 벌겠다는 목적보다 재능 있는 팀을 발굴, 입점, 지원하여 내재화 또는 협업을 하려는 의도가 살짝 읽힌다. 바로 PB 확보.

커머스는 b2c 비즈니스처럼 보이지만 뜯어보면 c2c에 가깝다. 중소 셀러, 업체들은 고객들 만큼이나 잘게 파편화 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클 수 밖에 없는 중개자 입장에서 시장을 보면 양방향이 된다. 판매자 시장, 구매자 시장. 

배민이 보여준 사례처럼 소비자만 대응할게 아니라, 판매자를 대응하면 플랫폼에서 구심점을 높일 수 있다. 특히나 패션처럼 유행과 회전이 빠르고 스타플레이어가 돌출되는 시장이라면 말이다. 

더더군다나 무신사는 큐레이션에 강하고.

괜찮은 그림이다. 그럼 다시 감사보고서 보자. 지급 수수료가 84억 정도로 적지 않다. 16년 이후로 매년 70억대로 꾸준히 발생했다. 주석을 보니 협력 및 관계사와의 거래 등에서 발생한 비용이다. 수수료로 나가고 상품 매출 등으로 들어왔을테니 그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16년 10억, 17년 53억으로 그간 그다지 높지 않았던 광고 선전비가 18년 134억으로 대폭 늘었다. 작년엔 적지 않은 광고를 TV나 매체 등에 노출했으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덕분에 무신사라는 브랜드도 알리고 매출도 볼륨있게 키웠다. 매체나 TV 광고도 몸집이 어느 정도 커졌을 때 해야 효과가 있다. 매출 1~200억으로 체력도 안되는데 매체에 광고비 펑펑 써대는 것만큼 무모한 짓도 없다. 

판촉비, 건물 관리비, 외주 인건비, 촬영 진행비 등이 상당액 늘어 있다. 판촉비는 광고홍보와 맞물려 증가 했을 것이고, 건물 관리 이하로는 공유 오피스 등을 확보한 이유로 보인다. 

영상팀을 대폭 충원하려고 하고, 콜라보레이션 팀도 만들었다. 

임대료로 4억을 조금 넘게 받았는데 실제 나가는 비용을 훨씬 높다. 현재 공유 오피스 입점율 70% 전후라는데, 100% 다 차더라도 흑자를 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이 비즈니스를 하는건 앞서 이야기한 PB 확보 등 전략적 이유일 가능성이 높겠다. 

사업 시작 초중기엔 운이 많이 작용하지만, 비즈니스 잘하는 이들은 운으로 들어온 것도 붙잡고 놓치지 않는다. 또한 숫자도 잘 만들어낸다. 

무신사 조만호 대표는 패션계의 제프 베조스라 불린다. 똑똑한데 뚝심있고, 엉덩이 힘도 강하다. 비즈니스는 대개 그런 사람들이 크게 성공한다.

 

 

 

야놀자편

 

- 야놀자 감사보고서

스타트업 감사보고서 야매 리뷰 6번째, 초초초 초특가 야놀자

이미 사람들에게 익숙한 회사지만, 작년 '초특가 야놀자' 광고의 히트로 만인들의 뇌리에 인식되었다. 대중에게 브랜드를 확실히 후킹시킨 모범 광고 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브랜드 홍보도 홍보인데, 무엇보다 야놀자의 지향점이기도 했던 모텔 비즈니스란 이미지를 벗어내고 소비자에게 호텔, 펜션 등을 포함한 종합 숙박 예약 브랜드로 전환 인식된 것이 인상적이다.

유니콘 스타트업이 대개 그렇지만, 야놀자는 성장 과정에서 여러차례 투자를 받았다. 2015년7월 100억의 투자 유치를 시작으로 올 2월 싱가포르 투자청으로 부터 2천억의 대형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총 투자금은 THE VC기준 3,450억이다. 평가 받은 최종 기업 밸류는 1.1조다. 

과연 어떤 지점이 매력으로 작용해 거액의 투자유치와 높은 밸류를 가능케 했을까? 감사보고서를 들여다보자. 

최초 공개된 16년 감사보고서 기준 2015년의 매출은 299억이다. 16년 337억, 17년 545억, 18년 739억. 연 평균 35%의 성장률을 보였다. 물론 높은 성장률이지만 앞서 리뷰한 5개사 보다 떨어지며, 매력적이라고 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영업비용(판관비)은 15년 375억, 16년 398억, 17년 661억, 18년 892억이다. 4년간 흑자를 본 기간은 없다. 이로 인한 손실은 15년 -76억(25.4%), 16년 -61억(18.1%), 17년 -116억(21.3%), 18년 -153억(20.7%)이다. 

매출 규모에 비례해 20% 전후의 손실률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단순히 겉보기만으로는 손실기업의 전형이다. 이 상태로 하이밸류 투자를 받았다고? 이상한데? 이상하다구! 싶은 마음에 뒤적거리니 야놀자씨앤디라는 회사를 하나 더 운영 중이다. 

과거 재무제표에 이미 야놀자는 자체 숙박시설 확보를 위해 리모델링 사업을 하고 있었다. 이걸 17년 별도 회사로 물적분할하여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에 대한 지분가치는 18년 기준 225억이다. 

사업소개를 보면 숙박업 리모델링 비즈니스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확인된다. 

야놀자씨앤디는 감사 받지 않은 17년 매출 112억, 121억의 비용으로 9억의 손실을 보였다. 18년 매출 418억, 비용 421억으로 3억의 손실이다. 4배에 가까운 매출 증가율이다. 이렇다면 어느 정도 납득이 된다. 

더불어 야놀자씨앤디는 18년8월 한국물자조달이라는 숙박비품 유통 업체를 인수했다. 

정리하면, 야놀자는 전방의 온라인 숙박 예약 관련 비즈니스를 담당하고 야놀자씨앤디는 후방의 창업, 자체 보유 숙박시설 관리 및 리모델링 수주, 비품 등 물품 유통 및 납품하는 형태로 나눠져있다.

야놀자는 단순히 숙박 예약업만 하는 회사가 아니라 숙박과 관련한 모든 비즈니스를 이행하는 수직 계열화 그림의 밑바탕 작업을 완료했다고 볼 수 있다.

밑그림은 좋다. 하지만, 그림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잘 그리고 잘 팔아야 돈이 된다. 

그림 감상은 그만하고 다시 야놀자 감사보고서로 돌아가자. 과연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지 세부 숫자 봐야지.

739억의 영업수입(매출)은 크게 앱 등에 등록된 숙박업소의 광고료 수입이 342억, 판매 수수료 수입이 242억, 직영 객실 판매수입 110억이다. 그외 기타 수입 44억 가량이다. 

광고료 수입이 17년 217억에서 342억으로 125억(57.6%) 가량 증가하면서 수입 향상을 이끌었다. 15년 148억, 16년 147억으로 정체되어 있던 광고료가 17, 18년 연달아 빠르게 증가했다. 

이전 배민 사례처럼 플랫폼이 자리잡고 작동하기 시작해 특이점을 넘어서면 수익증가는 빠르게 일어난다.

15년부터 도입된 판매수수료 수입과 판매수입 변화를 보자. 15년 8억, 16년 54억, 17년 72억, 18년 110억이다. 가맹점의 판매 수수료 변화는 15년 5억, 16년 59억, 17년 175억, 18년 242억이다. 기저 효과가 있으므로 성장률은 구하지 않는다. 

이 두 항목이 15~18년까지 매출 향상에 주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18년 들어 판매수수료 수입은 증가세가 살짝 둔화되는게 눈에 띈다. 고객의 직영 객실 선호 덕분일까. 지금 수준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광고료만 받고 있는 배민과 달리 광고료와 판매 수수료를 병행하는 모델은 가맹점주(숙박업주)의 불만을 쌓아갈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 있다. 가맹가능 점포수, 소비자 이용빈도, 플랫폼의 매출 기여 등의 요인을 놓고 볼 때, 야놀자는 배민보다 가맹 충성도가 낮을 가능성이 높다. 숙박 예약업 자체의 시장 확대 역시 제한적이다. 또한 경쟁자도 많다.

다만 과거 중국 유우커 폭증에 힘입어 숙박업체및 객실이 12~17년 5년 간 무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싸드사태 및 대체 관광지 개발 등의 이유로 중국 관광객 유입은 감소해 현재 숙박업소의 공실률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숙박 예약에 앱 이용률도 급증했다. 따라 불만이 있더라도 쉽게 플랫폼 이탈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야놀자도 이를 충분히 인지할 것이므로, 의도적으로라도 장기적으로 점차 직영 이용의 비중을 더 늘려가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이제 비용을 보자. 영업비용(판관비)은 여전히 영업수익(매출)과 동일 비율로 늘고 있어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892억의 영업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건 역시 광고선전비다. 18년 지출액은 346억으로 영업비용의 38.8%를 차지했다. 

아이들도 따라 부를 정도로 하루종일 TV에 '초특가 야놀자'를 틀어댔으니 당연한 결과라 할 수도 있다. 광고비를 차감할 경우 영업이익은 +200억으로 흑자가 가능하다. 물론 광고 효과 덕분에 늘어난 매출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TV광고 금액만 광고선전비가 아니다. 야놀자는 현재 객실에 각종 어매니티, 인쇄물 등을 상당수 지급하고 있다. 이 또한 광고선전비 계정에 들어갈 것으로 본다. 

그 외 야놀자는 고객에게 쿠폰 및 특정 숙박 횟수 충족 시 할인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이 또한 광고선전비 계정에 들어갈 것이다. 쿠폰 및 할인은 영역이 다소 다르지만 다수의 경쟁 숙박예약 서비스가 있어, 축소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TV 등 매체 광고를 줄이더라도, 판촉물 및 할인 쿠폰 등의 비중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광고선전비의 대폭적 축소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외 지급수수료 항목이 186억(비중 20.9%)으로 높다. 17년 110억에서 76억이 늘어 증가율은 69%, 매출 증가율의 2배에 달한다.

지급수수료의 세부는 감사보고서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데, 범위가 생각보다 넓다. 예상해볼 수 있는건 송금, 결제수수료, 용역수수료 정도로 추정된다. 

야놀자는 객실 판매의 수수료로 판매금의 10~15% 가량을 징수한다. 인식한 영업수익은 징수된 판매수수료다. 여기서 대략 2%대 중후반의 카드 수수료를 지급할 것이다. 352억의 객실 영업수익 중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야놀자는 콜센터를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정규직이 아니라 외부 파견직일 것이다. 파견직 임금이 지급수수료에 포함될 수 있다. 콜센터를 24시간 운영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 외주 용역비 계정에 별도로 21억이 지출되고 있어서 해당 금액일 수도 있다. 

** 추가로 고객 혜택 중 일정 숙박횟수를 채우면 할인 등의 행사를 하고 있다. 가맹점과 거래방식은 알 수 없지만 매출 할인을 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건 광고선전비가 아니라 매출 인식 후 가맹 숙박업소에 지급수수료로 지급되는 회계 절차를 거칠 가능성도 있다.

지급수수료가 186억으로 적지 않아 이 부분의 금액 및 비율 감소 여부가 손익 변동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다. 추정 상으로 줄어들 여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그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건 163억(18.3%)을 차지하는 인건비다. 17년 110억의 인건비가 163억으로 48%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매출 증가율보다 높다. 영업 및 사업 영역의 확대로 인원이 계속 확충되고 있어 인건비 증가는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그 외 54억의 경상연구개발비가 있다. 좋은 숙박연구소의 창업 교육프로그램 마련 등에 소요되는 인건비로 보인다. 비중은 크지 않으니 넘어가자.

정리하면 광고선전비의 총액 혹은 비율이 감소해 적자 폭이 감소하거나 흑자로 전환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하지만 적지 않은 규모의 변동비가 매출에 연동하고 있는데다, 경쟁 업체들이 많아 숙박 예약 비즈니스에서 이익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면 창업, 숙박시설 관리 및 리모델링 수주, 비품 등 물품 유통 및 납품의 후방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야놀자씨앤디에게 기대를 걸어볼 수 있을까?

야놀자씨앤디는 17년 38억의 도급매출이 18년 당기 311억으로 큰폭 증가하면서 매출을 견인했다. 8배가 넘는 놀라운 증가율이다. 그 외 잔여 매출은 숙박수입 52억, 상품 43억 등이다.

숙박수입, 상품매출 등은 단기간에 큰폭으로 증가하기 어렵다. 고로 야놀자씨앤디의 실질적인 주업은 숙박업소 리모델링 도급공사라고 봐야할 것이다. 

숙박업소는 트랜드 변화에 민감하다. 지속적인 인테리어 등 유지보수관리에 가장 큰 비용이 든다. 전국 모텔급 숙박업소는 3만여개 가량으로 추산된다. 그 외 펜션도 2만여개이다.

10년 주기로 리모델링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5천개 가량이다. 해당 부분의 별도 통계가 존재하지 않아 많은 추정이 필요하다. 리모델링 비용으로 3~5억 가량을 가정하면 연간 1.5조~2.5조의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수주 경험을 쌓여갈 경우 야놀자 브랜드 파워와 씨너지를 내 빠른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창업 혹은 리모델링 수주 후 가맹 계약 및 비품 및 소모품 납품, 유지보수관리 등 부속 비즈니스로 연결될 가능성도 높아 영업 프로세스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건설 수주업의 특성상 시공 비용이 커 매출 대비 이익율이 높지 않다. 의미 있는 이익을 내려면 매출액이 훨씬 더 커져야만 하는 숙제가 있다. 18년 현재 도급공사비는 276억으로 도급 비용의 88.7%를 차지한다. 즉 잔여한 11.3%에서 인건비 및 각종 비용을 부담해야 하므로 규모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숙박업 특성 상 대규모 공사 수주는 제한적이므로 관리 비용 증가를 제어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정리하면 야놀자의 향후 성장 및 이익 기여는 야놀자씨앤디 성장에 많은 부분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세상 쉬운 비즈니스가 어디 있겠나.. 다 힘든 길 가는거지..

 

 

 

 

 

 

쿠팡편

 

- 쿠팡 감사보고서

스타트업 감사보고서 야매 리뷰 5번째, 대망?의 쿠팡이다.

사실 오늘 쓸까 말까 고민을 좀 했다. 이거 쓰고 나면 다음에 할게 없어.. 서는 농담이고 숫자로 보이는 내용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리즈 시작하고 일주일 사이 페친이 +1500명, 팔로워가 +2500명이 늘었다. 아침엔 내가 쓴 글을 텔레그램으로 받는 당황스러운 상황까지 발생하니 재미로 시작한 일이 많이 커졌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까지 눈대중으로 보고 금방(20~30분 내외) 쓴건데, 이젠 왠지 그러면 안될 책임감까지 느껴진다. 뭐 그런다고 안하진 않을거고 알고, 보이고, 대충 추정 가능한 수준에서 써보련다. (이거 돈 받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아니고요, 물론 따봉은 감사히 받습니다)

이쪽 비즈니스는 직간접 경험을 토대로 감사 보고서 외 시장 이야기도 첨부한다. 그쪽이 왜 쿠팡이 이렇게까지 몰렸는지 제대로 된 이해를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간에 다소 틀린 내용이 있더라도 이해 바란다.


쿠팡은 김범석 대표가 2010년 창업한 회사다. 미국에서 유행하던 소셜 커머스가 그대로 넘어왔다. 티켓 세일즈 비즈니스로 시작해 쿠팡, 티몬, 위메프 3회사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해왔다.

그러다 3사 중 쿠팡이 독보적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한 것은 모두가 아는 '로켓배송' 덕분이다. 초기에 전업주부가 많은 일산, 파주 일부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로 시작했는데, 호응이 매우 좋았다.

커머스 비즈니스는 온라인 상에서 이뤄지지만, 소비자는 라스트 마일인 택배 배송에서 상품을 받으며 소비자 경험을 쌓는다. 공통된 불만 사항은 '상품은 만족스러운데 택배가 불친절해요, 늦었어요, 아무데나 놓고 갔어요' 같은 형태로 나타났다.

커머스의 판매 과정에서 배송은 셀러(커머스에 입점한 판매자)가 이용하는 택배사의 몫인데 소비자는 커머스를 판매원으로 인식하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커머스 비즈니스는 통신 3사처럼 옥션, 지마켓, 11번가로 시장 정리가 끝난 걸로 보이던 상황에서 소셜 커머스 3사까지 끼어들어 과열 양상으로 번진 지는 상당히 오래됐다. 2만원만 사도 5천원을 쓸 수 있는 쿠폰, 4만원에 만원 쿠폰 등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손실 전략이 이어졌다.

쿠폰이 없으면 안팔린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찍어라 쿠폰, 내놔라 할인!

마켓 쉐어만 먹으면 모든게 다 괜찮아질 것처럼 쏟아 부었다. 미래는 모른다 일단 살아 남고보자 정신이었다. 신규회사는 생존을 위해 공격적으로 나섰고, 기존 업체는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고 성장율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동참했다. 커머스 비즈니스는 전영역이 매일매일 전쟁터가 됐다.

그 과정에서 배송비 무료는 너무도 일반적인 상황이 됐다. 판매 관리자인 MD는 셀러들을 종용해 '사장님 실적 올리시려면 배송비는 무료로 하세요' 같은 말들로 말이다. 주변의 다른 셀러도 줄어드는 판매량에 배송비를 스스로 감수할 밖에 없었다. 기존 배송비 2,500원에서 소폭 남기던 번외 소득은 이제 마이너스로 감수하면서..

모든 커머스가 눈에 불을 켠 공격적인 세일즈에 판매량은 연일 급증하고 물류는 병목으로 이어졌다.

그간 택배업의 단가가 문제가 되어왔지만, 실상 단가 문제보다 밥먹고 쉴 시간도 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물량이 더 큰 문제였다. 소비자 접점인 라스트 마일이 망가지는건 당연한 수순이었고..

택배 언제 오냐고 빗발치는 성화를 받아가며, 물품 하나하나 친절하게 배달한다는건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쿠팡은 바로 그 지점을 노렸다. 일산-파주 지역을 대상으로 택배원을 직접 고용하고 자체 물류 차량으로 배송을 시작했다. 늦어지면 고객에게 연락을 하고, 고객이 없으면 물품이 놓인 곳에 사진을 찍어 친절한 안내까지 곁들였다.

그 결과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맘카페 등을 통해 쿠팡 택배원의 친절함을 칭송하는 글들이 이어졌고, 밤에 주문한 기저귀, 분유가 담날 오전에 왔어요! 라는 기적의 리뷰들이 쏟아졌다. 맘들의 쿠팡 충성은 하늘을 찔렀다. 우리 동네도 로켓배송 서비스 됐으면 좋겠어요라는 부러움을 받으며..

그래 바로 이거야! 이거라고 하하하! 그간 이걸 왜 안했담 바보들!!

지역확대를 위해 14년말 블랙록을 위시한 미국의 대형 VC들로 부터 3억 달러의 대형 투자도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후 뒤늦게 터진다. 유상운송 인가도 안된 법인 차량으로 물류 배송을 하는 것에 대해 물류협회의 고발을 받으면서다. 검경의 지속 조사가 이어졌고 무혐의 처분을 받기 했지만, 기존 물류협회의 '불법 유상운송' 논란으로 인해 배송비를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차단되고 말았다.

쿠팡의 구조적 불행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비용이 많이 드는 물류를 그것도 제 비용을 받지 못하고 진행할 수 밖에 없어진 것이다.

다들 아는 얘기가 너무 길어졌다. 이제 감사보고서를 보자. 쿠팡은 15년 매출 1조1,337억, 16년 1조9,159억, 17년 2조6,814억, 18년 4조4,147억이다. 로켓배송을 시작한 이후 연평균 60% 가량의 가파른 성장을 이어갔다.

영업이익은 어떨까. 15년 손실 5,470억(매출대비 손실율 48.2%), 16년 -5,653억(29.5%), 17년 -6,228억(23.2%), 18년 -1조1,074억(25.1%)이다.

매출대비 원가율도 구하자. 15년 원가 9,891억(87.3%), 16년 1조5,263억(79.6%) 17년 2조1,665억(80.8%), 18년 3조6,727억(83.2%)

김에 매출대비 판관비의 비중도 같이 구해보자. 15년 판관비 6,917억(61%), 16년 9,458억(49.4%) 17년 1조1,138억(41.5%), 18년 1조8,495억(41.9%)

업계에서는 올해 손실을 8천억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사업이 몇 년 되지 않았지만 그간의 손실율 감소 추이를 봤을 때 매출대비 손실을 17~18%선으로 추정했기 때문이다. 18%라고 가정했을 때 손실은 7,946억 가량이 된다. 하지만 도리어 손실율이 증가하고 말았다.

어디서 비용이 빠져나간걸까.

우선 앞서 정리해둔대로 매출대비 원가가 증가했다. 쿠팡의 원가는 모두 재고자산의 변동과 매입에서 발생한다. 수수료는 그대로 매출에 순입한다.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은 쿠팡 물류센터에 입고된 물품을 매입하는 것으로 회계 처리한다. (매입원에 대금 지급은 판매 이후에 하지만, 재무적으론 그렇다)

원가율이 16년 이후로 점진 증가한데는 간접 판매 비중 축소 즉 로켓배송 외 상품 매출 비중 축소가 그 이유로 보인다. 15년은 로켓배송 초기라 물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이유로 배제한다. 이후 16, 17년 매출은 로켓배송 상품 판매액 + 일반 입점 상품 수수료분이다.

그러나 18년부터는 전량을 물류센터에서 내보내는 로켓배송으로 처리하면서 수수료 순입 분이 없어져 매출원가가 증가했다.

대개 기존 커머스의 판매수수료가 8~15%선인 것으로 볼 때, 상품을 직매입하고도 17%가 채 되지 않는 매출총이익율은 물류라는 큰 부담을 지고 얻을 정도로 메리트가 높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고객의 로켓배송 충성도가 높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원가도 원가지만, 손실이 증가한데는 앞서 정리한대로 매출대비 판관비 비율이 변동이 없는게 큰 원인이다. 사실 이건 정말 심각하다. 대출대비 비중값이므로 65% 가량 매출이 증가했으면, 전액이 변동비가 아닌한 판관비는 비중이 감소했어야 옳다. 하지만 판관비는 흡사 전액이 변동비인 것처럼 동일 비중으로 증가했다. (쪼금 더 +까지)

18년 판관비 중 인건비는 1조145억이다. 17년 6,455억 대비 57.2%가 증가했다. 인건비가 변동비처럼 느는건 끔찍한 일이다. 그래도 65% 비중은 아니니 주범은 아니다. 그 외 도드라지는건 광고 선전비다. 17년 538억에서 18년 1,537억으로 185%, 1천억 가량 증가했다. 잡았다 요놈.

1.5천억의 광고비는 예삿돈이 아니다. 아니 쿠팡이 그렇게나 광고를 많이 했다고? 초특가 야놀자로 하루종일 TV에 도배한 야놀자도 고작 350억을 채 안썼는데 말이다. (그렇다 다음편은 야놀자다 엣헴)

어디에 나간걸까. 투자 유치 후 하반기부터 1년여간 네이버 검색 광고에 나가지 않던 쿠팡 상품이 재노출을 시작한 것은 확인된다.

네이버 가격 비교 상품은 노출 유입시 할인이 필수다. 네이버가 가격 비교 수수료를 모두 할인하여 고객에게 돌려주기 때문이다. (혜자 아니냐고? 아냐 숨어 있는 공룡이야)

로켓배송은 상품 매입 후 판매 구조기 때문에 할인액을 광고홍보비 계정으로 넣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매출 대비 판관비는 변동비처럼 같이 껑충 뛰었다. 무엇보다 판관비 중 54.9%가 인건비 이므로, 인건비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러면 대체 얼마의 매출을 내야 쿠팡은 BEP에 도달할 수 있는걸까?

17%인 지금 원가율이 이어진다고 가정할 때, 현재 판관비가 고정된다고 해도 BEP에 닿을 수 있는 매출은 10조9천억에 이른다. 지금 성장율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대략 2년 뒤다. 하지만 판관비가 유지될리는 당연히 없고 증가할 것이다. 긍정적으로 40% 증가로 가정해보자.

말도 안되는 계산이지만 시점은 7년 뒤, 그 숫자는 당황스럽게도 매출 118조, 판관비 19조로 나온다. 그리고 그 사이 누적 적자는 11조8천억을 더 보게 된다.

물론 말도 안되는 계산이며, 의미 없는 가정이다. 지금 성장율을 100조가 넘도록 유지될 수도 없거니와, 100조까지 매출이 나오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2018년 우리나라 인터넷쇼핑 총액이 113조7천억이다. 시장을 독점하면..)

달리 추정해보면 48.2%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CJ대한통운의 18년 택배 매출은 2조2,600억이다. 대략 전체 시장 택배 매출은 4.5조 가량으로 볼 수 있다. 인터넷 쇼핑 113조가 전량이 택배는 아니겠지만 80% 정도라고 가정하면 88조가 된다. 즉 4.5조 정도의 택배비면 약 90조 가량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인건비가 5%선으로 들어간다. 라고하면 최대 증가할 인건비가 1.5~2조를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정도면 물량 처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쿠팡의 매출 4.4조는 택배 기준 시장 전체 캐퍼의 5%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BEP까지는 얼마나 어떻게 늘려야할까. 작게 봐도 20조 초중반? 사실상 추정이 어렵다. 물음표가 많아지는 가정은 좋은게 아니니 여기까지 하자.

많은 이들이 갖는 의구심처럼 이 회사가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에 대해선 긍정보다 부정요인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비용 나갈 곳은 줄섰는데 이익이 들어올 창구는 텅텅 비었다.

물론 쿠팡은 생존을 위해 유료 가입 모델인 쿠팡와우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월회비 2,900원(연 환산 시 약 3.5만원)인 쿠팡 와우는 복수의 기사에 기준하면 3월까지 누적 가입자 16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난다. 19년 긍정적으로 300만명이 가입한다고 가정할 때 여기서 개선될 수 있는 수익은 연 1천억이다. (단 쿠팡와우는 19,800원이란 최저주문금액의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손실을 일부 증가 시킬 가능성도 있다.)

또한 기존 커머스처럼 순위 노출 광고 도입도 준비하고 있다. 지마켓-옥션이 18년 광고로 얻은 수익은 4,000억 전후로 추정된다. (16년 3,600억의 증가분 고려) 그러나 쿠팡은 기존 커머스처럼 공격적인 광고 수익 확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쿠팡 센터에서 물류 처리 등으로 인해 물류 및 인건비가 줄어 든다고 해도 상품 매입 시 10% 전후 수수료보다 높은(17%)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광고비까지 크게 부담시킨다면 셀러들은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4.4조의 매출을 내고 있다고 해도 사실상 이건 여타 커머스의 거래액에 가깝다.

앞서도 얘기한 것처럼 2018년 전체 거래액이 114조 가량이므로 쿠팡이 차지하는 비중은 4% 남짓에 지나지 않는다. 업계의 공룡인 이베이코리아(옥션+지마켓)가 복수의 기사 기준 15조 가량의 거래액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로 이런 비율을 감안해 광고 수익을 받는다해도 최대 1천억을 넘길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걸론 합산해야 최대 2천억 남짓이다. 1.1조의 손실을 일부분 밖에 줄이지 못한다.

그 때문일까, 이미 소뱅은 1.1조(10억 달러)의 기존 투자에 대한 손실을 확정하고 7억 달러에 비전 펀드에 지분을 모두 넘겼다. 현재 쿠팡의 최대 주주는 소뱅의 비전펀드다.

로봇 배송의 시대가 열릴 때까지 존버할 생각인가?.. 나는 소뱅이 아니므로 잘 모르겠다.

* 사실 투자금, 재무상태, 현금흐름 등으로도 할 얘기도 많은데 손익만 대충 훑어도 이만큼이다. 재무상태에서 남은 현금 등을 보면 벌써 올해부터 녹록치 않다.. 여기까지 하자.

 

마켓컬리편

 

- 컬리(마켓 컬리) 감사보고서

스타트업 감사보고서 야매 리뷰 3번 째, 요즘 핫한 브랜드 마켓 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다.

15년 더파머스라는 이름으로 법인 창업하였고, 만 4년을 넘어서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전지현을 모델로 강력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덕분에 급격한 성장을 이룩하고 있다.

빠른 성장을 보이는 스타트업들이 대개 그렇지만, 물류 관련 비즈니스다 보니 소요되는 자금이 많아 여러 차례의 투자가 이뤄졌다.

THE VC를 기준으로 7차례 투자 유치가 확인되는데 재밌는건 프리 시드로 받은 50억이다. DSC인베스트먼트와 앤젤투자자인데, 실적도 없는 회사에 초기부터 자기자본도 아닌 50억 투자가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

궁금한 마음에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의 이력을 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골드만삭스, 테마섹, 베인컴퍼니 등 최고의 금융 기업을 거친 커리어가 있다.

창업 후 투자를 모색하는 일반 창업가들과 달리, 과거 인맥을 통해 투자처를 확보하고 창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8월에 높은 성장과 가능성으로 밸류를 인정받아 미국의 세쿼이아캐피털과 러시아(여긴 첨들어봄) 디지털스카이테크놀러지로부터 500억을 투자 받았다.

4월 4일(지난주)엔 1천억 규모의 시리즈D 투자도 연이어 받았다. 500억을 6개월 만에 소진하고 연달아 1천억 투자. 화끈한 캐쉬번을 보여줬는데, 어쨌건 넉넉해진 자금으로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작년 성적표를 한 번 들여다보자.

17년 466억의 매출이 18년엔 1,571억으로 3배가 넘는 성장을 보여준다.(WoW)

이 중 매출원가가 17년 339억으로 72.7%, 18년 1,144억으로 72.8%로 거의 동일한 비율이다. 공산품이 많다고는 하나, 원가 관리를 상당히 치밀하게 하는 인상이다.

라는건, 이 상태가 매출이 증가하더라도 유지된다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줄고, 수익이 증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그럴지 계속 들여다 보자.

17년도 판관비의 비중은 250억으로 매출의 53.6%를 차지했다. 18년도는 어떨까? 안타깝지만 매출이 3배 이상 늘었음에도 판관비는 764억으로 매출의 48.6%다. 규모 대비 판관비 축소가 되지 않았다.

전지현도 모델로 썼고 광고홍보비 지출이 많아서 그런게 아닐까? 어디 확인해보자. 역시 광고 선전비는 148억이나 된다. 하지만 그보다 높거나 적지 않은 비용을 차지하는 항목이 많이 눈에 띈다.

바로 포장비와 운반비다. 포장비로 177억, 운반비로 150억. 단 두가지 항목이 무려 합산 322억이다. 판관비 비중의 42.2%를 차지한다.

변동비 항목으로 보여서 17년을 보니 250억의 판관비 중 약 96억으로 38.4%다. 아니 18년에 비율이 더 늘었잖아? 아무리 변동비라도 매출 규모가 늘었는데 비율이 더 커진다면 아주 심각하다.

광고, 홍보는 일회성 비용이니 그렇다 쳐도, 운반과 포장비 같은 항목이 이렇게 적지 않은 비중으로 변동비가 되버리면 비즈니스가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보통 고정비가 높은 회사는 전체 매출에서 고정비가 차지하는 항목을 비율로 차감해서 공헌이익률을 뽑아 향후 고정비 축소나 효율화 계획을 짠다. 매출과 원가가 안정적이라는 가정 하에 고정비 비중 축소가 대부분의 비즈니스에서 이익의 최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출에 연동하는 변동비가 이정도까지 높으면 뭘 어찌 해볼 엄두를 내기도 어렵다.

이정도면 포장비와 운반비는 거의 매출 원가 항목에 올려야되지 않나 싶을 정도다. 이걸 매출 원가로 올려버리고 매출에서 차감하면 달랑 105억이 남는다.

그러면 당황스럽게도 매출총이익률 7%짜리 회사가 된다. (여기서 적지 않은 규모로 변동하는 지급수수료는 아예 포함도 안했다. 그것까지 올리면 0 수준에 달한다.)

마켓 컬리의 '새벽 배송', 이름은 멋들어지고 좋다만, 물류는 결국 규모의 경제다. 그것도 적당한 규모의 경제가 아니라 아주 아주 엄청난 규모로 해야 겨우 BEP를 맞추고 돌릴 수 있는.

비즈니스와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아주 잠깐 표 들여다본 걸로 쉽게 재단할 수야 있겠냐만, 쉽지 않아 보인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에 인수합병을 유도하는 사인이 계속 들어가는걸로 알고 있는데 시너지가 쉬울까.

나는 잘 모르겠다.

* 운반비는 그렇다쳐도 포장비는 왜 이리 많이 들까, 콜드체인 물류가 쉬운게 아니다. 냉동, 냉장 식품은 변질을 막기 위해 적정 온도를 유지해야한다. 고가의 포장제, 냉매가 상품의 종류마다 다르게 들어간다. 결국 단위 객단가가 중요해지는데, 몇만원짜리 객단가로 포장 비용을 충당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토스편

 

- 비바리퍼블리카(토스) 감사보고서

스타트업 감사보고서 야매 리뷰 4번째, 이번엔 토스로 유명한 비바리퍼블리카다. 개인적인 궁금증에 재미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워 조금 당황스럽다. 감사보고서가 이렇게 인기있는 컨텐츠였나? 그보다 대상 기업들이 요즘 핫해지면서 대중 관심도가 높다는 반증이겠지.

시작하기 전에 몇마디 붙이면, 감사보고서에서 보여지는 숫자를 기반으로 평가하는건 쉬운 일이다. 잘나가는 회사들의 호악재를 두고 이러면 좋다 저러면 나쁘다 하지만, 기업은 실제로 운영하는 사람들이 제일 잘 안다.

그저 비전문가로 잠깐 들여다보는 수준인 나의 몇마디 글로 현장에서 애쓰는 그들의 노력이 절하되진 않았으면 한다.

그래도 깔건 까보자. (..)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2013년 창업한 법인이다. 초기엔 핀테크가 아니라 다른 서비스를 기획, 서비스하다 14년 피벗했다.

물류도 그렇지만, 금융이야말로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시드머니를 제외하고 2015.7월 50억, 2016.4 259억, 2017.3 539억, 2018.6 440억, 2018.12 900억의 투자를 연이어 받았다.

투자에서 최근 규모와 기간이 점차 짧아진다. 고액의 투자가 연이어진다는건 성장 속도가 가파라졌다는 의미로 이해해도 좋다. 성장하지 않는 회사가 투자 받기는 낙타가 VC 투자 받아 바늘 공장 차리는 것보다 어렵다.

총 누적 투자금 2,200억에 달한다.

그럼 성적표도 한 번 보자. 금융 사업은 손익도 손익이지만 재무 상태가 중요하다. 금융은 대개 자산의 레버리지로 돈을 벌기 때문이다.

17년 당좌자산 641억이 18년 1,446억으로 대폭 증가했다. 작년말 거액의 투자 유치로 현금성 자산 증가가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당좌자산 중 미수금 증가가 눈에 띈다. (약 94억) 내용을 보니 자회사인 토스대부, 토스보험에서 미수취한 금액인 듯 하다.

라는건, 이미 단순 송금 처리 서비스를 벗어나 대부업과 보험업 등 핀테크 기반 종합 금융 비즈니스를 시도 중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겠다.

자산 총계로 1,832억, 부채로 752억으로 순 자본 1,080억이다. 다만 부채 중 586억이 예수금(고객 입금)이라 실질 부채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손익으로 넘어가면 빠른 성장을 보이는 스타트업이 그렇듯 가파르다. 17년 206억의 매출이 18년 548억으로 급증했다. 상품이 나가는지는 않으므로 모두 영업수익이다.

현재 토스의 대표 서비스는 크게 3가지다. 간편 송금, 계좌 및 신용 등급 조회, 투자 연계.

이 중 2가지는 수익은 없고 비용만 발생한다. 간편 송금은 펌 뱅킹을 통해 대상 은행에 수수료를 낸다. 물론 현재 토스가 대납하고 있다. 비용 부담으로 인해 월 5회까지 무료였던 것을 연말 투자 유치를 하면서 10회까지 늘렸다. (이상 이용 시 수수료 발생)

신용 등급 조회도 비용이 든다. 토스가 KCB와 제휴를 통해 정액 비용을 지불하고,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사람들은 송금과 신용 조회가 무료인 토스를 놓고 이에 비용을 받는 기존 금융사의 경쟁력 없음을 운운하지만, 원래가 비용이 드는 서비스다. 토스가 성장을 위해 비용을 끌어안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비정상의 정상화인 시대인지도)

토스에게 돈이 되는 건 투자 연계다. 계좌 개설, CMA, 펀드, 대출 추천 등이다. 이를 연결해주고 해당 금융사에게 수수료를 수취하고 있다.

현재 토스의 수익은 대부분 여기서 발생하고 있다.

영업비용(판관비에 해당)은 17년 597억에서 18년 993억으로 증가했다. 매출 증가율 166%, 영업비용 증가율 66%. 변동비가 높지 않다는 의미다. 긍정적인 숫자다. 다만 매출 대비 비용의 규모가 커서 17년 손실 391억에서 18년 445억으로 손실액은 소폭 증가했다.

투자 중계를 통한 수수료 수입은 한동안은 이어지겠지만, 장기적으론 규모가 제한적이라 좀 더 적극적인 추가 수익원의 확보가 필요해 보인다.

비용 중 인건비의 증가가 눈에 띈다. 전년 대비 2배 가량 증가했다. 사업 범위가 커지면서 인력 수요가 늘어난 원인으로 보인다. 17년 73억에서 18년 164억으로 증가했다. 이정도 증가는 수용 가능해보인다. (올초 토스는 직원들의 급여를 대폭 상향하였는데 금년도 인건비 부담은 다소 있어 보인다.)

문제는 이보다 가장 눈에 확 들어오는 '지급수수료' 항목이다.

앞서 이야기한 송금과 신용 조회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비용이다. 18년 무려 616억이다. 영업비용의 62% 비중이다. 이용자의 폭증으로 이 금액 또한 증가가 부득이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인 점은 16년 191억에서 17년 448억으로 134%, 18년 616억, 38%로 증가율이 점차 더뎌지고 있다.

이용자와 이용율이 일정 수준 올라온 덕분이다. 이로 인해 비용 증가는 더뎌지고, 매출(영업수익) 증가는 빨라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투자 이후 최근의 행보는 무엇보다 고객 예수금 증가를 위한 노력이다. 토스머니 30만원 충전 시 네이버페이 5만원 지급 이벤트. 33%의 확률로 10%의 적립금을 주는 토스 체크 카드 출시 등 다방면으로 파격적인 혜택을 통해 예수금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네이버 페이 5만원 지급은 실제 5만원을 미끼로 1만명만 받을 수 있는 다단계 마케팅이며(몇명 초대 못한 이들은 백날 기다려도 받을 수 없다), 3.3% 적립금도 포인트가 아닌 확률 당첨금이기 때문에 부채가 아니다.

체크카드의 보편적 수수료율은 1.6~4% 가량이다. 수수료 수입으로 2.0%를 받을 것으로 가정하자(그보다 소폭 높겠지만). 이를 차감하면 고객에게 지급해야할 1.3%는 토스 충전금에 대한 수신 이자로 치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3.3%를 돌려주고도 크게 나쁘지 않다.

카드사는 가맹점에 결제액을 선 지급 후 15~45일 내 결제일에 대금을 회수하는 반면, 토스머니로 체크 카드를 사용하는 방식은 토스머니 충전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 (여기서 실질 수익은 수신금으로 현금 서비스 등의 여신으로 중금리 대부업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은행 인가부터 받아야겠지만..)

이로 인해 모르긴 해도 19년 수신 예수금은 대폭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당사는 올해 및 내년 정도까지 한동안은 적자가 예상되지만 머잖아 BEP를 맞추는 안정궤도에 들어설 여지가 보인다. 빠르고 확실한 수익 모델을 찾아낸다면 그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성장하는 스타트업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이지만, 그로스 해킹 기반으로 효과적인 마케팅을 잘 한다. 기존 금융기업 대비 핀테크 기업의 장점이다. 모델만 확실하면 그 속도는 보장되는 셈이다. (신규 핀테크 기업의 도전과 무관하게 금융사의 지역 영업점 감소는 가파라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 이처럼 같은 비용을 써도 성장의 발판이 될 여지가 있는 회사와 밑 빠진 늪이 되는 회사가 있다. 적어도 '계획된 적자'라는 말은 향후에 돌려 받을 가능성이 높을 때 할 수 있는 말이다.

 

블랭크편

 

- 블랭크 코퍼레이션 감사보고서

하다보니 재밌어서 시리즈로 해볼까 한다. 재무제표와 언론 등에 알려진 내용을 토대로 쓰는 개인적인 감상이다. 그냥 재미삼아 하는거니 너무 틀린 부분을 꼬집진 마시길.

블랭크 코퍼레이션은 마약 베개, 여대생 샤워기, 발바닥 각질 제거제 등으로 유명해진 미디어 커머스 회사다.

sns 유튭 등에 화재가 될만한 상품을 소싱하여(또는 직접 제작하여) 매력도를 높이는 마케팅으로 판매성과를 올리고 있다.

비즈니스를 굳이 정의하자면 일종의 게릴라 홈쇼핑 모델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가격이 노출되고 비교할 수 있는 일반 공산품을 거래하는 기존 커머스보다 높은 판매 마진 확보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이 회사가 그래서 얼마나 매출을 올렸을까? 베개, 샤워기.. 이런거 얼마나 팔았겠어 하겠지만 매출의 규모가 생각보다 놀랍다.

17년 매출은 478억, 18년은 2배가 넘게 성장한 1,169억이다. 18년이 불과 3기(사업을 시작한지 3년차)라 폭발적인 매출 성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17년 소프트뱅크가 100억, 18년 sbi인베스트먼트와 유니온파트너스에서 150억, 추가로 소프트뱅크에서 65억을 투자했다.

투자구조를 보면 놀라운 점이 몇군데 보인다. 대개의 스타트업이 시드머니(1억~10억) 수준을 받는 시리즈A에서 100억이나 받았다. 그보다 놀라운건 그 방식이 신주 발행이 아니라 구주 매각이라는 점이다.

대개 스타트업의 투자는 성장(+생존)을 위해 신주발행으로 받는게 일반적인데, 구주 매각은 기존 주주(창업자)의 지분을 거래할 뿐 회사로 투자금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작년 150억의 시리즈B 투자에서도 구주 매각 방식이었다.

총 투자금 315억 중, 소프트뱅크로부터 추가로 받은 65억만이 신주 발행이었다.

이는 투자를 받지 않아도 성장할 수 있는 자신감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도 17년엔 77억, 18년엔 139억 가량의 높은 영업이익을 냈다.

약 250억 가량의 지분을 매도하고도 남대광 대표는 여전히 75%의 높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남 대표가 대중에 크게 알려진 건, 작년 10월 삼성동에 이건희 회장집 맞은편에 있는 대규모 단독주택을 62억에 매입하면서다. 헤드라인은 하나 같이 '30대 스타트업 대표 이건희 이웃사촌 되다'

다만 작년까지 핫했던 이 비즈니스는 올해부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도 매 분기 가파른 성장을 보여왔으나, 작년 3분기 980억 가량의 누적 매출을 보였던 것(복수의 언론 참조)이 18년 1169억에 그쳤다. 4분기엔 189억의 매출 밖에 내지 못한 것이다.

나도 마약 베개를 샀지만 구매 후 만족도가 너무 떨어졌다. 이 외에도 sns 등에서 광고하는 제품을 몇차례 구매한 적이 있으나 만족스러운 경우가 거의 없었다. 내 개인 사례 뿐 아니라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피로감이 엿보인다.

게다가 해당 비즈니스는 해자가 굉장히 낮다. 누구나 상품 개발, 아이디어만 있다면 할 수 있다. 또한 sns에 지속 노출을 하게 되므로 광고비 소모가 높다.

보편적인 비즈니스는 일시적 광고선전비 소진을 통해 브랜드로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유지 관리해가며 지속 구매를 유도한다. 그런데 이 비즈니스는 구조적으로 브랜드 구축이 불가능하다.

따라 광고선전비는 매출에 비례하여 연동할 수 밖에 없다. 경쟁이 심화될 경우 효과는 떨어질 수 있고. 실제로도 17년 478억의 매출 중, 광고 선전비는 155억으로 무려 32.4%를 차지했다. 18년에 감소했을까? 1169억 매출 중, 347억으로 소폭 감소하긴 했으나 여전히 28.7%로 높은 비율이다.

광고 선전비가 이익의 2배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며, 제품 원가에 육박한다.

이런 구조적 한계 때문일까. 작년 3,4월 투자 이후에도 5월엔 연이어 5천억의 밸류로 1천억 가량의 구주를 매각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성장을 위해 해외 서비스 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나, 이미 해외에는 이보다 더 규모 있게 하는 플레이어들이 많다. 소비자의 디테일한 감성을 포착해야하는 보이지 않는 문화적 진입장벽도 크다.

비즈니스의 구조적 한계가 너무도 빨리 다가오는듯 보인다.

 

우아한형제편

 

-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감사보고서

단연 발군이다.

17년 1,626억 매출에서 18년 3,193억으로 100% 신장을 했다. 16년도 849억 가량이었으니 규모가 커진 상황에서도 매년 성장세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영업이익은 16년도 217억에서 170% 증가한 586억이다.

판관비는 17년 1,409억에서 2,607억으로 85% 증가했다. 이 중 지급수수료와 외주용역비가 657억에서 1,418억으로 크게 늘어났다.

자회사 우아한청년들(배민 라이더스)의 영업비용 226억과 대손상각한 우아한신선들(배민프레시)의 채권 118억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그 외 손상차손으로 330억을 충당하여 순이익단에 훼손이 일어났는데, 우아한신선들의 지분 100%를 손실처리 했다.

마켓컬리 등이 유력한 경쟁자로 등장하는 가운데, 비용 경쟁이 발생하는 비핵심 부가 사업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대손상각 118억을 보태면 영업이익은 700억 이상으로 늘어난다. 그 외 배민 라이더스의 영업 비용 등을 고려하면 본업에서 천억 가까운 영업이익이 추정된다.

본업의 성장이 규모가 커졌음에도 여전히 가파르다. 배달의 민족의 성장세는 한동안 지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작년 3,600억 투자 시점의 밸류가 3조 가량으로 추정된다. 현시점에서 다소 오버밸류 가능성이 있지만 성장세를 고려하면 크게 과잉하진 않다.

돈 한푼 못버는데도 높은 밸류를 갖는 여타 스타트업이 수두룩한 판에 이정도면 우량주인 셈이다. ㅎㅎ

사업 내용을 보면 3,600억의 추가 투자는 굳이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 가설을 세워보자면. 상장을 앞둔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 재무상태표 기준 2,500억 가량의 현금을 보유 중인데, 규모 확대를 위한 m&a나 신규사업 진출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아마도 공유주방 기반의 자체 프랜차이즈 브랜드 확보, 이를 통한 수익성 확대 및 수직 계열화일 것이다. 미래에 가장 큰 골목의 위협자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아니라 배민일 가능성이 크다.

+ 사실 메인디쉬는 쿠팡(주)인데 4월2일 현재, 아직도 감사보고서가 등록되지 않았다. 매년 마감일인 4월15일 즈음해서 턱걸이를 하고 있는데 성적은 전년대비 크게 나아지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매년 매출과 비용이 비례하는 상황이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까. 항상 규모의 경제를 말하는데 간단한 산수만 할 줄 알아도 그게 쉽지 않다는건 누구나 다 알 수 있다.

++ 티몬, 위메프도 그다지.. 나는 e커머스 비즈니스의 수익성에 굉장히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시장만 다 먹으면 모든게 해결 될 것처럼 이야기들 하지만, 시장을 다 먹기도 어렵고 먹는다고 한들 수익이 커지기 어려운 비즈니스다. 수직계열을 마친 e비즈니스 공룡들의 눈길이 시퍼렇다.

+++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 야놀자 등도 김에 같이 보려고 했는데 어지간히들 늦는다. 보름쯤 뒤에 시간이 나면 다시 훑어볼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