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하나 게으르다
네트워크 효과라는 게 있다. 통상 사용자가 많아지면 그 전에는 없던 가치가 생기는 걸 말한다. 그 외에도 비슷한 것으로 컨텐츠의 양이 어느 정도 임계점을 넘었을 때 생기는 효과도 있다. 나는 이런 것들을 다 비슷하다고 본다. 이걸 축적의 임계점 효과라고 칭하자. 축적이 계속 일어나다가 어느 정도 선을 넘어서야 기대한 가치가 생겨나는 걸 말한다.
스타트업 중에 이걸 전제로 해서 서비스를 준비하는 경우들을 종종 본다. 나는 자원이 한정적인 스타트업에게는 매우 불리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언제 훅 갈지 모르는데 하루하루 쌓고 있는 게 너무 안일하다고 본다는 거다.
공부나 운동에서도 비슷한 걸 본다. 스쿼트 100개 하는 거 자체에 쏠린 사람은 부지런하다. 하지만 발전이 없다. 스쿼트 10개를 해도 어떻게 할까, 지금 어떻게 하고 있나를 고민하면서 하는 사람이 더 빠르게 운동효과를 볼 수 있고, 부상도 적을 수 있다.
그렇다. 이런 축적의 임계점 효과를 노리는 경우 부지런하나 게을러지기 쉽다. 부지런하다는 건 손이 부지런하다는 거고 게으르다는 건 머리가 게을러지기 쉽다는 거다. 그냥 하루하루 쌓아나가는 거지. 컨텐츠 1천개 쌓을 때까지는 닥치고 까는 거지, 클라이언트 1천명 가입할 때까지는 그냥 존나 달리는 거지 뭐. 이런 생각들. 이러면 하루 하루 안심은 될 수 있다. 쌓여가는 숫자를 보면서. 하지만 생각이 멈춰버린다. 현재의 큰 그림을 직시하지 못한다. 어떻게 해야 더 잘하나 고민이 멈추게 된다.
애자일이 아니다. 애자일적으로 한다면, 처음 10명의 고객을 어떤 사람으로 모아야 정말 잘 모은 걸까. 어떤 사람 10명이 모여야 우리의 학습이 극대화 될까(혹은 우리의 핵심 가설을 기각할 수 있나). 어떤 사람 10명이 모여야 추후 복리효과가 날까(더 유리해질까). 어떤 사람 10명이 되어야 우리가 기대한 방향의 초기 매출이 생길까. 이런 고민을 해야 한다. 컨텐츠라면, 1천개를 닥치고 모을 생각 전에 정말 효과적인 10개를 모으려면 어떻게 할까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거기에서 머리가 부지런해지기 시작한다. 그럼 타겟은 누구를 해야하지? 10개만 보고 "와우"하게 하려면 어떤 특징이 필요하지? 기능 개발도 마찬가지다. 100개의 기능이 있어야 고객들에게 매력적일 거 같다고 생각이 들어서 하나씩 구현하는 것보다 그중 10개만 구현해서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고민해야한다. 학습도 똑같다. 1천페이지짜리 책을 봐야 한다면, 내가 이 책에서 10페이지만 읽는다면 어디를 읽는 게 가장 도움이 될까를 생각하고 공격적으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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