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거의10년하고 첫아이가 4살, 둘째가 뱃속에 있을때 창업했어요. 퇴직금+우리사주매각해서 1억정도 자금으로 혼자 창업했죠. 10개월쯤 지나 돈이 떨어질때쯤 IMF가 덮쳤어요. 1997년이어요. 그때부터 2년 넘게 참 어려웠어요.
집에는 700원 있었고, 법인통장에는 3천원 남아서 ATM기에서는 출금이 안되더라구요. 대전에서 서울 고속버스 요금이 없어서 고객 미팅에 여러번 못 갔어요(다른 핑계대고) 프린트 용지가 없어서 길 건너 아는 회사에서 20장 빌려 프린트해서 자료 보내기도 했어요. 돈 빌려 달라고 아는 분에게 갔다가 저녁만 얻어먹고 차마 말을 못 꺼내고 집에 돌아오기를 여러번 했어요. 수년동안 급여를 포함해 매달 돈 나가는 걱정으로 나도 모르게 한숨만 계속 나오더라구요. 사무실 임대료는 아예 납부를 포기하고 보증금이 다 까질때까지 있다가 이사 나왔구요.
그래도 꿈은 있었어요. 기술, 제품 개발을 위해 모니터보며 키보드 두드리는 것은 돈이 안들어 가지요. 열심히 개발 했어요. 열심히 영업해서 팔고 또 돈 들어오면 직원 밀린 급여 주고 남으면 저도 집에 조금 가져갔어요. 그 시절 급여 밀렸다고 그만둔 직원이 딱 한명 있었고 감사하게도 모든 직원이 같이 어려움을 겪었어요. 한가지! 우리 기술이 1등이고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자부심 하나로 뭉칠 수 있었어요.
이 어두운 터널을 2년 반 정도 통과했던 것 같아요. 창업 초기에 당연히 겪을 어려움과 IMF의 고통을 합쳐서 더 어두운 터널을 통과했었던 것 같아요. 물론 저 혼자 겪은 것은 아니고 그때의 모든 창업자들이 다 겪은 일이죠.
2000년 닷컴 열풍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니라 깊은 터널 끝에 오는 일종의 탄성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그리고 2001년에 이니텍이 코스닥에 상장하고, 2002년에 이니시스가 상장했어요.
위기는 견뎌 이기는 자에게는 기회가 반드시 되어요. 살아남고 이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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