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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노트

자신이 틀렸다는 걸 아는 게 진짜 아는 겁니다 / 지적겸손함

1. 얼마 전에 내가 어떤 총회 자리에서 강연을 할 때였다.

 

2. ‘기버(giver, 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와 ‘테이커(taker, 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매처(matcher, 주기와 받기를 균형을 추구하는 사람)’에 대해 내가 연구하던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나는 관대한 사람과 이기적인 사람과 공정한 사람 가운데 어느 쪽이 영업과 엔지니어링 같은 직무에서 보다 높은 성과를 내는지를 연구하고 있었다. 

 

3. 그런데 그 자리에는 노벨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이 참석해 있었다. 그는 인간의 직관이라는 것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흠결이 많은지를 평생에 걸쳐 연구하고 입증한 심리학자다. 

 

4. 그는 나중에 나에게 '기버가 테이커나 매처보다 실패율이 더 높지만, 성공률도 더 높은 것을 발견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면서 나를 칭찬했다. 

 

5. 만일 당신이라면 당신을 깜짝 놀라게 하는 어떤 논문을 접할 때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많은 사람은 방어적으로 나서면서 그 논문의 실험 방식이나 통계 분석에 오류를 찾아내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카너먼은 반대였다.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활짝 웃으면서 “정말 멋지군요! 내가 틀렸어"라고 말했다. 

 

6. 대니얼 카너먼은 85년 인생을 살면서 누가 자기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긴 했지만, 아무튼 자기가 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진정으로 기쁘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가 이제는 예전보다 덜 틀리게 되었음을, 즉 몰랐던 사실을 새롭게 하나 더 알았음을 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7. 그게 어떤 느낌인지 나도 알고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독립적인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나는 내가 가지고 있었던 몇 가지 예측을 검증했는데, 내가 설정했던 10개 남짓한 가설이 ‘거짓'으로 판명되었다. 

 

8. 이 경험은 (나에게) 지적 겸손함을 일깨우는 커다란 교훈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미친 소리 같지만) 오히려 짜릿한 희열을 느꼈다. 내가 틀렸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기뻤다. 그 발견은 몰랐던 사실을 (내가) 새롭게 배웠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9. 카너먼이 말한 것처럼, “틀렸음을 깨닫는 것은 내가 무언가를 배웠다고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 애덤 그랜트, <싱크 어게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