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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노트

손정의 위클리비즈

손정의 위클리비즈

지난 21일 손정의를 도쿄 본사에서 직접 만났을 때 받았던 인상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관련 내용 등은 지난 29일 토요일자 위클리비즈의 손정의 커버스토리에 나와있지만, 그래도 직접 만났을 때 받았던 충격이 상당이 컸기 때문에 그 느낌을 전달해볼까 합니다. 세가지입니다.

1.뒤는 돌아보지 않는다. 앞을 보고 달린다.
그는 올해로 만 60세가 되는데요. 그의 관심은 온통 ‘미래’에 쏠려 있었습니다. 그에게 지난 동안의 숱한 성공 신화에 대한 비결을 물었더니 그의 첫마디는 “부끄럽다.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을 아직 충분히 못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일본 최고 부자(지난 1년간 그의 재산은 6조원이나 불어났습니다)이고, 작년에 ARM을 35조원이나 주고 사버리고 1000억달러짜리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만들어 IoT 분야의 미래를 빨아들이려 하는 사람의 첫마디가 “아직도 부끄럽다”라니요.

저는 이 전설의 경영자가, 과거 무용담을 늘어놓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지금부터 30년 뒤의 ‘싱귤래리티’에 대비해 기업을 어떻게 바꾸고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골몰해 있다는 것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 점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이뤄놓은 것을 자랑하는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만 총력을 기울인다는 것입니다. 지난 30년의 성취에 빠지지 말고, 앞으로 30년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인터뷰 당일 일본경제신문 머릿기사는 미국이 빠져 유명무실해진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나머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아직까지도 도쿄전력 회생이 미뤄지고 있는 것,  원전사업 부실로 공중분해를 앞둔 140년 전통의 일본 대표기업 도시바(東芝) 얘기 등이었습니다. 일본 뿐 아니라 전세계가 답답한 상황에 놓여 있지요. 손정의는 이런 답답한 현실에 대한 비판보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얘기했습니다.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인공지능·IoT·에너지 분야 등에 대한 30년 후 미래를 그려 보였지요.

일본도 한국도, 고령화·저성장사회로 바뀌면서, 삶의 가치관이 점차 달라지고 있습니다. 일본만 해도 30년전 시가총액 30위 기업 중 현재도 위치를 유지하는 기업은 20% 정도에 불과합니다. 구글·아마존 등 30년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기업들이 세상을 이끌고 있습니다. 명문대 나와서 대기업·관청 들어가 출세하는 교육방식도 앞으로는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AI의 진화에 따라 사회에서 요구하는 능력도 크게 달라지게 될겁니다. 그를 비판적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일본에서 그를 최고의 경영자로 꼽고 아베 같은 우파 정치인들도 그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것은, 미래를 그리는 그의 능력의 위대함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세계 모든 정치인들이 혁신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는 것에 목말라 있지요. 그런 점에서 손정의는 혁신에 에너지를 공급하는데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 중 한사람입니다. 비전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혁신에 가장 큰 돈줄(비전펀드) 역할을 하는 존재이죠.

2.용기와 실행
그는 “싱귤래리티가 만드시 온다고 확신했고, 여기에 준비를 해야 하며, 사회의 모든 것들이 재정의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의 세상은 인간이 지구상의 어떤 존재보다 똑똑하다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져 있지만, 이 기본 전제가 앞으로 무너졌을 때 인간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이런 생각 자체는 손정의가 처음 한 것도 아니고, 전문가들 미래학자들 가운데 더 깊은 성찰을 하고 있는 이들도 꽤 있을겁니다. 손정의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이걸 실제 사업으로 옮긴다는 거죠. 미래를 고민한다는 것과, 실제 매출 1조4000억원의 ARM 같은 회사를 35조원이나 주고 산다든가, 1000억달러짜리 비전펀드를 조성한다든가, 소프트뱅크를 기존 인터넷모바일 인터넷 회사에서 IoT 회사로 업태를 바꿔가는 것은 차원이 다른 것 같습니다. ARM 인수가 작년 7월이었으니, 채 1년도 안된 동안에 일어난 변화입니다. 얼마나 용감한가, 그리고 결단하고 실행할 수 있는가의 문제인겁니다.

3.꿈을 현실로 바꾸는 ‘마법’
영국의 SF소설가이자 미래학자 아서 C. 클라크(1917~2008)라는 분이 있죠? 1968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SF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원작자로 유명한 분입니다. 이 분이 남긴 것 중에 ‘아서 C.클라크의 과학 3법칙’이라는게 있습니다.

1법칙: 어떤 뛰어난, 그러나 나이든 과학자가 무언가가 “가능하다”고 말했을 때, 그것은 거의 확실한 사실에 가깝다. 그러나 그가 무언가가 “불가능하다”고 말했을 경우, 그의 말은 높은 확률로 틀렸다. When a distinguished but elderly scientist states that something is possible, he is almost certainly right. When he states that something is impossible, he is very probably wrong.

2법칙: 어떤 일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불가능의 영역에 아주 살짝 도전해 보는 것 뿐이다. The only way of discovering the limits of the possible is to venture a little way past them into the impossible.

3법칙: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Any sufficiently advanced technology is indistinguishable from magic.

손정의의 얘기나 그의 사업구상은 대담한 것이기도 하지만, 비판적으로 보면 약간 허풍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클라크의 과학 3법칙에서 보듯이 뛰어난 사람들이 애기하는 것에는 반드시 중요한 무엇이 들어있죠. 손정의가 인수한 ARM의 창업자 헤르만 하우저는 작년 말 닛케이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손사장에게 '컴퓨팅의 여섯가지 물결’에 대해 얘기했다. 메인 프레임, 미니컴퓨터, 워크스테이션, PC, 스마트폰이라고 하는 다섯개 물결에 이어 여섯번째로 합류한 것이 IoT라고. IoT라는 새로운 파도는 컴퓨터 역사상 가장 중요한 파도가 될 것이고, 여기에 나와 ‘마사(손정의, 손 ‘마사’요시의 영어 애칭)의 의견이 일치했다. 모든 것이 인터넷에 연결되면 유저 인터페이스에서 큰 변화가 일어난다. 인간과 컴퓨터와의 관계는 스마트폰·태블릿에 사용되는 터치 패널의 발명으로 극적으로 바뀌었는데, IoT가 일상화되면 예전과는 비교가 안 될 변화가 찾아온다. 그것은 ‘목소리’를 매개로 하는 변화다. 방의 온도를 알고 싶다면 ‘이 방의 온도는?’이라고 물으면 ‘25도입니다’라고 들려주게 될 것이다. 그것이 IoT시대다. 스마트폰 앱도 필요 없다. 나는 IoT가 진전되면, 앱 사업 자체가 소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손정의나 하우저나 스마트폰 이후의 시대를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손정의가 지금의 PC모바일인터넷 중심인 소프트뱅크의 사업을 재편해나가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스마트폰 다음의 사업을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인 것이죠.

클라크의 과학 3원칙에 따르면, 지금의 ARM을 키워낸 하우저 같은 초일류 엔지니어의 말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겠죠. 그리고 제가 알 수 없는 높은 경지에 있는 과학자들이 30년 뒤에 싱귤래리티가 온다고 하니, 아마도 지금 세상을 사는 이들, 또는 다음 세대는 싱귤래리티의 세상을 실제로 경험하게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번 커버스토리를 만들면서, 꿈을 현실로 돈으로 만드는 사람들, 그렇게 세상을 바꾸려 드는 사람들을 얘기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8~9면 쪽에는 꿈을 현실로 돈으로 바꾸는 사람들을 얘기하고, 이들의 행로를 대형 그래픽으로 설명해보려고 했습니다.

왜 이것을 강조해보고 싶었느냐 하면,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뛰어난 인재들을 데려다놓고 이들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만나면 정말 총명하고 문제의식도 있고 의지도 있는 젊은 친구들이 조직 내에서 마치 로봇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정말 많이 봐왔습니다. 왜 이런 사람들의 능력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일까요? 왜 이들의 에너지를 쓸데 없는데 쓰도록 만드는 것일까요? 당장 돈을 벌어오라고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원들에게 더 크고 바른 꿈을 갖게 만들어서 결국 돈도 벌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라는 문제입니다.

이제 카리스마형 리더가 일사불란하게 명령을 해서 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손정의는 카리스마형 리더라기 보다는 실행력을 갖춘 ‘드리머’에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기사를 통해 리더가 큰 꿈을 보여주고 그 꿈을 통해 사회를 바꾸고 공헌한다는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직원들이 그것에 공감하고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첨부한 사진은 인터뷰 현장에서 제가 찍은 사진입니다. 찍은 사진 중에 괜찮아 보이는 것 한 장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