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먼저 하이엔드 제품이란 ‘비싼’ 제품이 아닌 ‘팔리는’ 제품을 뜻한다. 그것이 기술이든, 디자인이든, 가치든 자기만의 무기로 고객을 사로잡는 제품이 바로 하이엔드 제품이다
하이엔드 마케팅이란 ‘파는’ 마케팅이 아니라 ‘사게 하는’ 마케팅이다.
테슬라가 스포츠카의 하이엔드 포지셔닝을 취함으로써 얻은 장점은 막대하다. 브래드 피트, 조지 클루니, 아널드 슈워제네거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과 IT 거물들이 초기에 테슬라 자동차를 구입함으로써 엄청난 홍보 효과를 거두었다. 또한 높은 가격에서 나오는 높은 이익으로 창립한 지 7년 만에 순이익을 실현하는 기적을 이뤘다.
어떻게 명품 시장으로 진입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명품, 차별화 전략을 완성하는 것은 나와 우리 조직이 몇 개의 ‘F.O.B’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최초((First)인가, 유일한 것(Only)을 가지고 있는가, 최고의 것(Best)’을 가지고 있는가 말이다.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그의 욕망 이론에서 욕망의 힘을 이렇게 말한다. “욕망은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동력이다. 얻고 싶은 욕망은 그것을 손에 넣는 순간 그만큼 또 물러난다. 처음에는 욕망의 대상이 실재(實在)처럼 보이지만 얻는 순간 허상으로 변하기에 욕망은 남고 인간은 계속해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존재하는 것이 명품 시장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유하기를 원하지만 누구나 소유하지 못하는 제품들이 있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가 명품이길 바라지만 누구나 진입할 수는 없는 하이엔드 시장이 있다. 저성장 경제에 접어든다지만 명품 시장의 소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명품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대체 불가, 모방 불가, 측정 불가의 경지에 오르는 길을 <한 덩이 고기도 루이비통처럼 팔아라 : 팔리는 아이템, 파워 브랜드, 열광하는 고객을 만든 하이엔드 전략>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빅터처칠이 팔면 고기도 명품이 된다
먼저 제목에서 나타난 루이비통처럼 고기를 팔고 있는 정육점의 사례부터 살펴보자. 도대체 어떻게 팔길래 ‘루이비통(Louis Vuitton) 정육점’이라고 불릴까?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정육점 ‘빅터처칠(Victor Churchill)’ 이야기다.
이 가게는 외관부터 남다르다. 마치 버버리(Burberry)나 루이비통 같은 명품 브랜드의 매장을 보는 듯하다. 문에 달린 소시지 모양의 손잡이만 없다면 깜빡 속기 십상이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고급스러우면서도 푸근한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바닥은 이탈리아산 대리석, 벽은 히말라야산 암염벽돌을 사용해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한 반면 빨간색 육가공 기계와 갈고리, 여물통 등을 비치해 마치 호주의 한 농장에 온 것 같은 친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투명한 냉장고 안에는 건조숙성(dry aging) 고기들이 진열돼 있고 쇼윈도에는 가축의 털과 가죽으로 만든 제품들이 장식돼 있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입을 모아 “빅터처칠에는 영혼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120년에 가까운 오랜 역사에서 기인한다.빅터처칠은 1876년에 문을 열었다. 당시엔 창업주인 제임스 처칠(James Churchill)의 이름을 따서 ‘처칠스 부처 숍(Churchill’s Butcher Shop)’이라고 지었다가 2009년 호주의 육가공업체 ‘빅스미트(Vic's meat)’에 인수되면서 이름을 바꿨다.
빅스미트는 인수 후 가게의 진정성 있고 오래된 역사에 주목했다. 그래서 빅스미트의 CEO 빅터 푸하리치(Victor Puharich)를 기리는 동시에 창업주 처칠 가문에 대한 존경을 표하고자 빅터처칠이라 이름 지었고 매장 한쪽 벽면에 브랜드의 역사를 그래픽으로 표현해놓았다.
하지만 빅터처칠이 단순히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만으로 고객을 사로잡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힘은 다름 아닌 품질이다. 이 가게의 정직원들은 모두 세계 요리대회 수상자들이며 파트타임 직원들 역시 요리에 조예가 깊다. 빅터처칠에 입사하면 각종 첨단 장비로 고기의 육질과 고기 요리를 연구할 수 있기 때문에 채용 공고가 나면 수많은 요리사들이 앞다퉈 지망한다. 그리고 빅터처칠은 이들을 활용해 트위터, 카페, 요리 관련 TV쇼 등을 만들어 홍보한다.
빅터처칠의 수석 요리사들은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 수많은 요리사들을 제자로 길러내고 있으며, 이렇게 빅터처칠을 거쳐 간 요리사들과 수강생들은 열혈 충성고객이 돼 가게를 홍보하니 일석이조의 영리한 마케팅이 아닐 수 없다. 고급 인력을 쓰기에 파트타임 직원의 연봉만 1억4000만 원을 넘지만 이 또한 투자로 생각한다.
현재 빅스미트 빅터처칠의 세계적 명성을 바탕으로 중국과 싱가포르의 최고급 레스토랑에 프리미엄 고기를 수출하고 있다. 즉 빅터처칠은 빅스미트 브랜드를 세계화하는 데 든든한 초석이자 강력한 무기인 셈이다. 빅터처칠 시드니 매장의 방문객은 매년 수만 명에 달하며 오프라 윈프리, 휴 잭맨 등 시드니에만 오면 가게를 들른다는 유명 단골들도 적지 않다. 빅터처칠에서 판매하는 고기의 가격은 일반 정육점에 비해 30퍼센트 정도 비싸다고 알려져 있으나 도매도 겸하기 때문에 실제로 쇼핑해보면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기존 업계에서 사용하지 않던 고급화 전략으로 가게 자체를 당당히 명품 반열에 올린 빅터처칠, 한 덩이 고기도 루이비통처럼 판매하는 그들의 전략은 ‘하이엔드(high-end)’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이엔드 전략의 끝판왕 ‘테슬라’
그렇다면 하이엔드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 하이엔드 경영에는 ‘하이엔드 제품’ ‘하이엔드 마케팅’ ‘하이엔드 브랜딩’이라는 카테고리가 있다고 한다.
먼저 하이엔드 제품이란 ‘비싼’ 제품이 아닌 ‘팔리는’ 제품을 뜻한다. 그것이 기술이든, 디자인이든, 가치든 자기만의 무기로 고객을 사로잡는 제품이 바로 하이엔드 제품이다. 모두가 전통과 역사로 승부할 때 ‘미래에서 온 시계’라는 콘셉트로 판을 뒤흔든 ‘웰더(Welder)’, 우산을 비를 막는 도구가 아닌 패션 아이템으로 재정의하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왕가가 단체로 주문할 정도로 품질과 디자인을 인정받고 있는 ‘파소티(Pasotti)’ 등이 하이엔드 제품의 대표적인 사례다.
둘째로 하이엔드 마케팅이란 ‘파는’ 마케팅이 아니라 ‘사게 하는’ 마케팅이다. 고객의 관심을 넘어 환호와 열광을 끌어내며 그 자체로 이슈가 되는 마케팅 전략을 의미한다. 소피아 로렌, 귀네스 펠트로, 샤론 스톤 등을 위한 헌정 컬렉션을 통해 자신들의 이름을 알린 주얼리 브랜드 ‘다미아니(Damiani)’, 양은 타 브랜드의 절반이면서 가격은 두 배로 비싼 ‘배짱 전략’으로 스스로 가치를 증명한‘레드불(RedBull)’은 하이엔드 마케팅의 전형이다.
셋째로 하이엔드 브랜딩이란 ‘인기 있는’ 브랜드를 넘어 ‘오래가는’ 브랜드로 자리 매김하기 위한 전략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우리는 개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로 만드는 데 사업의 전부를 바친다”라는 선언으로 고객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애견 사료업체‘페디그리(Pedigree)’,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품질에 대한 집착으로 견고한 신뢰를 쌓은 수제화 브랜드 ‘실바노 라탄지(Silvano Lattanzi)’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하이엔드 전략이란 제품과 서비스, 마케팅, 브랜딩, 그리고 경영을 통틀어 자신의 가치를 대체 불가, 모방 불가,측정 불가의 경지에 올려놓는 전략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합쳐진 새로운 사례로 테슬라모터스(Tesla Motors)가 등장한다.
테슬라모터스는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인 엘론 머스크(Elon Musk)가 JB 스트라우벨(JB Straubel) 등 다섯 명과 함께 순수 전기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다. 회사명은 교류유도 전동기를 발명한 미국의 전기공학자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를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테슬라는 2010년 나스닥에 상장됐고 놀랍게도 그해 도요타(Toyota)의 캘리포니아 공장을 인수해 양산 체제에 돌입함으로써“테슬라는 벤처이며 결코 대중 양산 차를 생산하지 못할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또한 전기자동차라는 특수한 환경을 활용한 하이엔드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전략적으로 강렬한 경쟁우위를 구축했다. 그들의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첫째, 그들은 자신만의 고도에서 시작했다. 테슬라 전기차는 한 번 충전으로 440㎞를 달린다. 보통 전기자동차 하면 소형이고 느리며 오랜 시간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GM의 볼트(Volt), 닛산(Nissan)의 리프(Leaf) 등 일반 전기차들은 그렇다.
하지만 테슬라모터스는 다소 위축된 전기자동차의 운명을 거부하며 그들의 경쟁상대는 스포츠카인 포르셰(Porsche)와 페라리라고 대담하게 공표하는데, 이것은 결코 허세가 아니다. 테슬라 로드스터(Roadster)의 경우 제로백, 즉 정지상태에서 100㎞까지 도달시간이 3.7초로 페라리 F430을 능가하며 포르셰 911과 대등하다. 가격 또한 12만 달러로 포르셰 터보의 13만 달러와 유사하다.즉 기존 업체들이 대중차를 지향하며 ‘선규모, 후 수익’의 로엔드 전략을 취할 때 테슬라는 스포츠카를 타깃으로 ‘선수익, 후 규모’의 하이엔드 전략을 취한 것이다.
테슬라가 스포츠카의 하이엔드 포지셔닝을 취함으로써 얻은 장점은 막대하다. 브래드 피트, 조지 클루니, 아널드 슈워제네거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과 IT 거물들이 초기에 테슬라 자동차를 구입함으로써 엄청난 홍보 효과를 거두었다. 또한 높은 가격에서 나오는 높은 이익으로 창립한 지 7년 만에 순이익을 실현하는 기적을 이뤘다. 미국 역사상 신생 자동차업체가 7년 만에 흑자를 낸 것은 가솔린 자동차 업체를 포함해 테슬라가 유일하다. 그 전략적 선택은 시장에서도 높게 평가받아 중국의 저명한 자동차 전문가인 어우양밍가오(歐陽明高) 교수는 “중국의 토종 자동차기업이 테슬라와 같은 자동차를 만들지 못하는 건 기술이 아니라 전략적인 문제”라고까지 이야기했을 정도다. 테슬라는 여세를 몰아 대중 자동차라는 대평원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둘째, 벤치마킹 대상을 기존 업계가 아닌 ‘애플’로 정해 자동차 업계에서는 ‘낯선’ 전략을 구사했다. 테슬라는 애플을 공공연하게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다. 애플의 맥하드웨어 그룹 더그 필드(Doug Field) 부사장을 영입하는 등 기존 회사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관점으로 시장에 접근했다.
테슬라는 내부의 패드를 통해 모든 장치를 컨트롤한다. 외관 디자인은 심플하고 유려하다. 그러면서도 사용자의 체험과 느낌을 중요시하는데, 일례로 테슬라의 손잡이는 주행 중에는 차 속으로 숨었다가 터치하면 돌출된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대리점이 위치하는 대로변 대신 쇼핑몰에 테슬라 스토어를 설치해 고객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애플의 홍보 전략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결국 애플 벤치마킹 전략은 자동차를 보는 관점을 운송수단에서 IT 제품 또는 디자인이 가미된 기호품으로 변경시킴으로써 기존 자동차와는 완전히 다른 위치를 확보할 수 있게 된 출발점이었다.
셋째, 이용할 수 있는 무기를 자신만의 전장에서 완전히 재구성했다. 기존 업체들이 엔진으로 싸울 때 테슬라는 전장을 엔진에서 배터리 기술로 옮겨놓았다. 전문가들은 공공연하게 테슬라의 핵심 역량이 배터리 기술에 있다고 한다. 테슬라는 기존 전기차 업체들이 숙명처럼 받아들였던 배터리 용량의 한계를 간단히 해결해버렸는데, 그 방법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서 더 의외다. 테슬라는 기존 노트북에서 쓰는 소형 배터리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최첨단 테슬라 전기자동차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배터리는 놀랍게도1970년대에 발명된 18650배터리다. 이는 직경이 18㎜, 길이가 650㎜이기 때문에 붙인 이름인데, 테슬라는 이 18650배터리6861개를 병렬과 직렬과 연결해서 쓴다. 배터리 용량이 85㎾이며 한 번 충전으로 426㎞의 주행이 가능하다.
우리는 흔히 문제의 해결을 첨단 기술에 미루지만 테슬라는 현존하는 기술만으로도 얼마든지 첨단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테슬라의 배터리 관련 기술은 시장에서도 인정해 GM이 이 배터리만 대량으로 구매했을 정도다. 테슬러 자동차와 먼저 살펴본 빅터처칠의 사례를 보면 명품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하이엔드 제품’ ‘하이엔드 마케팅’ ‘하이엔드 브랜딩’의 삼박자를 고루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왜 굳이 명품 시장으로의 진입을 꿈꾸는 것일까?
“지갑이 허락하는 것만 원하는 삶처럼 따분한 삶이 또 있을까요?” 패션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의 말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욕망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욕망의 소비자들을 두고서 명품 전략을 추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논어>에서 공자도 ‘고지재, 고지재 아대매자야라(沽之哉! 沽之哉! 我待賈者也)’라 하여, “팝니다! 팔아요! 하지만 나는 좋은 가격이 될 때를 기다리련다”라고 말한다.바로 명품 전략이다.
어떻게 명품 시장으로 진입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명품, 차별화 전략을 완성하는 것은 나와 우리 조직이 몇 개의 ‘F.O.B’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최초((First)인가, 유일한 것(Only)을 가지고 있는가, 최고의 것(Best)’을 가지고 있는가 말이다.31388.png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성균관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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