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노트

성준이 죽음이 나에게 남기고 간 것은



어제 저녁 6~7시쯤 영주에 도착하여,가톨릭 병원 장례식장에서 성준이를 배웅해주었다.

중학교 1학년때 어머니를 뵙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수 년전 기억을 다시 활성화시키는데 애를 썼다. 아버지는 예전에 본 모습처럼 내 기억과 일치했다.어머니랑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어떻게 사고가 났는지 이유를 들었다.


듣는 순간 눈물이 났다.너무 불쌍했다.너무 안타까웠다.얼마나 아팠을까.그런 생각 뿐이였다.

어머니 손잡아드리면서 위로해드리고, 성준이가 "여기까지와서 뭐하냐 술이나 먹자" 보채는 것 같아 소주 잔을 들었다.테이블위에 놓여진 음식들과 균형을 맞추며 들었던 소주습관은 오늘만큼은 무시되었고, 슬픈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들이켰다.


재성이와 소주를 많이 마셨는데,5병이니 각 2병씩은 후딱 마신 것 같다.잔에 담긴 소주의 2%는 계속 눈물로 전환되었나보다.입으로 마신게 눈으로 나온다.그러다가 눈 앞이 하얘지더니 성준이 눈물이 떨어진다.아마도 이건 홍성준 이 놈이 흘린듯 했다. -뚝뚝 


이 눈물이 소주잔에 다시 담기면서 새로운 소주들과 다시 내 입으로 들어왔다가 눈으로 나왔다가 반복을 한다.내가 자꾸 소주를 드는 걸 보니 그렇게 소주를 좋아하던 홍성준 눈물이 맞았던 것이다.자꾸 날 유혹한다.편의점에서 팩소주를 사 빨대를 꼽고 길거리에서 빨아먹던 그 놈이 생각난다.


중학교 1학년때부터 이런저런 많은 추억을 쌓았고, 고등학교 들어와서는 조금 멀어졌다가 , 성인이 되서는 서울에서 종종 만나며 우정을 유지했다. 성향이 나랑 비슷한 놈이라 어색했던 고등학교 시기를 뛰어넘어 우리는 베스트 프랜드라는 지점에 깃발을 꽂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성준이가 나한테 이런 얘기를 하는 것 같다.

"과거를 돌아보며 내 추억해봤자 뭔 소용인데, 그냥 니는 내가 이렇게 되니깐 무슨 생각이 드노? 나를 통해서 니가 더 잘 됬으면 좋겠다. 니 깨달은 점?"


그리고 나는 그에 질문에 이런 식으로 답변을 할 것 같았다.

"너의 죽음도 예측할 수 있었다면, 그 죽음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은 너한테 있었겠지? 난 니가 바보처럼 느껴지는게, 왜 그 안개낀 도로에서 내려 위험하게 너의 차 바퀴를 봤는지 분하다.비상 삼각대같은 거를 앞에다가 좀 놔두고 했으면 2월 중순에 너를 볼 수 있었지 않나 그런 생각이다.근데 어쩌냐. 결과는 니가 내 옆에 없다는 거고.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