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를 간신히 넘길 즈음에 그렇게 소주는 그날 따라 슬펐다.
슬펐기에 눈물이였다기보다 기쁘기에 눈물이였던 것도 아니였고
그냥 너와 나를 중심으로 둘러싸고 있는 그 모든 상황들,불빛들,소리들,냄새들이 복합적인 감정을 증폭시켰다.소주의 비밀재료에는 사랑이 깔려있어 그날따라 맛있었고 더욱 몽롱했고 이에 따른 감정의 완성이 곧 눈물의 잉태를 가속화 시켰다.나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잘 꺼내지 않던, 종종 내 살을 베이게 해 피를 냈던 숨기고 싶은 파편들을 조심스럽게 너에게 꺼내보였고 너는 그 파편의 속살들을 아무렇지 않은 척 부드럽게 어루어만져 주었다 .파편에 찔려 하얀 속살을 뚫고 나온 내 슬픈 피의 감정을 이해할려고 노력하는 듯 보였다.그 노력의 결과물은 복합적인 감정들로 이루어진 또 다른 너의 눈물이였고 서로 다른 눈물의 언어속에서 우리는 정답을 찾는 듯,또 한번의 소주잔은 그렇게 울었다.밤도 그렇게 깊어갔고 감정도 그렇게 깊어갔으며 우리의 눈물은 입술에서 죽기 이전에 아주 하얗게 그늘진 휴지 한장에서 서서히 운명을 다하고 있었다.너와 나는 서로를 껴안으며 서로의 눈물을 상대편 등에 보일듯 말듯 끊임없이 또 몰래 떨구고 있었다.
어둠은 빛으로 대체되었고 너의 창문에서 쏟아져 내리는 햇빛은 너의 입술에 눈물이 죽을 뻔했던 흔적을 지우고 미소로 다시 채우고 있었다.늘 너가 그래 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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