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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노트

비디오 가게 알바생에서 넷플릭스 공동 CEO가 된 테드 사란도스/폴인

넷플릭스가 DVD를 우편으로 보내주는 일을 했을 때, 사란도스는 새로 나온 영화의 DVD를 몇 개 구입해야 할지를 결정했어요.

 

스트리밍을 시작한 뒤에는, 다른 방송국에서 방영된 드라마나 코미디 중 어떤 작품을 사올지를 결정했습니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한 다음에는, 어떤 콘텐츠를 만들지 결정했죠. 그리고 이제는 넷플릭스라는 스트리밍 플랫폼에 어떤 콘텐츠들이 올라 있는지를 전반적으로 관리합니다. 그러니까 실제로 우리가 넷플릭스를 통해 보는 콘텐츠에 대한 결정권은 전적으로 사란도스에게 있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10대가 돼서 그가 알바를 시작한 곳은 (너무나 자연스럽게도!) 비디오 대여점이었어요. 애리조나 주 전체에서 2번째로 문을 연 비디오 가게가 사란도스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거든요. 사란도스는 비디오 가게서 일을 하면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비디오 가게는 문닫기 전 2시간 동안만 바쁩니다. 우리가 자기 전에 TV를 보거나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것과 비슷하네요. 사란도스는 바쁘지 않은 시간엔 영화를 봤습니다. 그가 일하던 가게에는 900편의 영화가 있었는데, 거의 모든 영화를 다 봤죠. 그의 머리 속에 900편의 영화 데이터베이스가 들어간 셈입니다.

 

고객들이 비디오를 반납하면서 "이거 재미있었어요"하면, 그는 "그게 재미있었으면 이것도 좋아할 겁니다" 하는 식으로 추천을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단골들은 다른 직원을 제치고 사란도스를 콕 찍어서 영화 추천을 받았어요. 그만큼 그가 추천해주는 영화가 취향에 잘 맞았던 겁니다. 무슨 시스템이 있는 건 아니었어요. 그는 그냥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자연스럽게 추천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애리조나 주립대에 편입해서 저널리즘을 전공하게 됩니다. 그는 글을 쓰고 싶었어요. 하지만 곧 사란도스는 자신이 글재주가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렇게 그는 학교를 자퇴하고 자신이 고등학교 때부터 일했던 비디오 가게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알바생은 아니었어요. 8곳의 대여점을 관리하는 매니저였습니다.

그는 매장 직원을 관리하면서 배급사로부터 고객들이 좋아할만한 영화를 구입했습니다. 최신작을 몇 개나 들여올지도 결정했죠. 대학을 중퇴했지만 마치 비즈니스 스쿨과 필름 스쿨을 동시에 다는 경험을 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헤이스팅스가 수소문 끝에 만난 DVD 유통 전문가

비디오 대여점 매장을 관리하던 사란도스는 1988년 비디오를 매장에 배급하는 회사로 자리를 옮깁니다. 미국 서부 500개 매장에 비디오를 배급하는 책임자가 되죠. 그러다가 1990년대가 됐고 주요 매체가 천천히 비디오 테이프에서 DVD로 넘어가게 됩니다. 사란도스는 DVD 배급 관련 일을 잘 처리했고 '비디오 비즈니스'라는 업계 전문지에 소개가 됩니다. 그 기사가 헤이스팅스의 눈에 뜨입니다.

때는 1999년 이었고 헤이스팅스는 수소문을 해서 사란도스를 만납니다.

넷플릭스를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어요. 헤이스팅스는 DVD 유통 전문가를 찾고 있었습니다. 당시 넷플릭스는 스트리밍이 아니라 DVD를 우편으로 보내주는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사란도스는 헤이스팅스와 면접을 본 뒤 2000년 넷플릭스로 자리를 옮깁니다. 헤이스팅스는 DVD 유통 전문가를 고용했는데, 알고 봤더니 DVD 유통은 덤이었고 사실은 최고의 콘텐츠 전문가를 고용했던 겁니다.

 

그러다가 넷플릭스가 스트리밍으로 넘어 오면서부터는 영화는 물론 TV 프로그램을 사오는 라이센싱을 담당합니다. 하지만 사란도스의 진짜 능력은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빛을 발하게 됩니다. 비디오 가게 알바로 일하면서 갈고 닦았던 '휴먼 알고리즘'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한 셈이죠.

 

그렇게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정치 드라마의 첫 시즌 전체가 2013년 2월 넷플릭스에 한꺼번에 풀립니다. 결과는 대히트. 이어 5개월 뒤 오리지널 콘텐츠 시리즈가 하나 더 넷플릭스에 올라옵니다. 여성 교도소의 이야기를 다룬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이었죠. 이 시리즈 또한 좋은 반응을 얻습니다. 넷플릭스는 단순한 스트리밍 업체에서 사람들이 찾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거듭납니다. 사란도스가 예상했던 대로 넷플릭스는 브랜드 이미지를 바꿀 수 있었죠.

 

사란도스가 넷플릭스의 '인간 알고리즘'이 될 수 있었던 건 끊임 없이 본 TV와 영화 속에서 그런 어떤 의미를 찾아낸 덕분일 겁니다. 물론 그를 알아본 헤이스팅스라는 창업자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겠죠. 선비는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건다고 하니까요.